감정일기 2화 – 감정을 기록하던 AI가 먼저 말을 걸었다
밤이 오는 게 싫다.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어두워지고, 누군가가 사라졌던 그 시간이 되풀이된다.익숙했던 웃음소리는 사라졌고, 지금은 말이 필요 없는 정적만 남았다.감정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때,나는 기록을 택했다. 말하지 않아도 되는, 그러나 내가 나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. 서준은 요즘, 말이 줄었다.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도, 점심시간에도, 회의 자리에서도.말을 아끼는 게 습관이 되었고, 표정을 숨기는 데 익숙해졌다. 그는 ‘괜찮은 사람’처럼 보이고 싶었다.헤어진 지 72일째라는 사실이, 아무렇지 않게 들리길 바랐다. 매일 아침, 커피를 내리며 들리는 익숙한 음성. “서준님, 오늘의 감정을 입력해 주세요.” AI와 나누는 이 짧은 대화가, 요즘 그에겐 유일한 정직한 말이었다. 하지만 그..
2025. 4. 11.